10월 10일 저녁 6시 이화여대 앞 한 밥집에 수강생들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신학적 응답>강의를 듣기 위해서였지요.
처음 만나는 친구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 서로 인사를 하며 즐겁게 밥상을 대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강의 장소인 <낮은예수마을교회>로 갔습니다.
먼저 교육간사 성호님이 인사를 하고, 강사님의 소개와 함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윤재 선생님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계시고, 교목으로도 섬기고 계신다고 합니다.
오늘 강의와 관련된 4대강 사업에 대한 책들과 신문기사를 가져오셔서 돌려보며 강의를 들었습니다.
『사진, 강을 기억하다』, 『한반도 자연사 기행』, 금강 세종보를 선전하는 광고 기사였습니다.
강의는 무려 16페이지나 되는 알찬 강의자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어요.
“강물아 흘러 바다로 가거라”라는 제목의 강의 자료는 부제가 인상적이었는데 <‘전능하신(?) 인간’과 ‘끙끙 앓는 하나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의 한국을 사는 사람들은 아무도 강의 문제를 빗겨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속세대와 이 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음에도 계속되는 광기 어린 ‘4대강 토건공사’ 때문입니다.
사업의 목적과 실제 결과가 너무나 다를 뿐 아니라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도 큰 상황에서 계속되는 광기 어린 공사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진정한 신학자는 자신이 속한 당대의 가장 고통스런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4대강’과 같은 시대적 문제에 대하여 이렇다 할 신학적 성찰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기독교 신학은 ‘수문학(hydrology)’, 즉 ‘물의 생성, 분호, 순환, 생물계와의 상호작용 등 지구상 물과 관련된 학문’과의 대화도 필수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은 생명의 기본이며 강은 생명을 위한 물순환의 중심이다”
우리 몸은 50%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고 몸 안의 모든 생화학적 소통의 매개체와 장이 바로 물입니다.
우리는 물이고, 물이 우리입니다. 물 없이는 생명이 있을 수 없습니다.
물은 순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변화를 매개하면서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는데, 그 순환의 중심에는 강이 있습니다.
강은 단지 수로가 아니라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 그대로, 강물만이 아니라 ‘강변’이 보존되어야 합니다.
이 때 만들어지는 얕은 ‘여울’은 강에 산소를 공급하는 천연 정수기이며, 많은 물고기들이 알을 낳는 곳입니다.
이러한 여울을 최병성 목사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의 동역자’, ‘강의 성소’라고 부릅니다.
또한 유량이 아니라 유황, 즉 ‘일 년 혹은 여러 해에 걸친 강물의 고수위와 저수위의 변동 패턴’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점이 새로웠는데, 홍수기나 갈수기는 재앙이 아니라 모두 생태적으로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합니다.
늘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는 강이 아니라 계절과 기후에 따라 높낮이가 바뀌는 강이 진정 좋은 강, 건강한 강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세계적인 물 정책 전문가 샌드라 포스텔과 브라이언 릭터의 『생명의 강』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셨습니다.
“히브리어로 기도는 ‘맑은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본다’는 뜻이다”
물은 우리 영혼의 거울이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독일의 신학자 블룸하르트의 말처럼 귀에 들리는 성경 말씀 외에, 물은 다른 자연 만물들과 함께 “눈에 보이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종교개혁자 칼뱅도 자연을 하나님을 비춰주는 “거울”이요, “하나님의 형상”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칼뱅에게 자연을 해치거나 모욕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곧 “신성모독”이고, 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알뜰하신 하나님과 전능한(?) 인간
계절과 기후를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이며 생명을 기르는 강의 모습을 보면, 강이라는 오케스트라를 알뜰살뜰 어떤 낭비도 없이 지휘하시는 지휘자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게 됩니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알뜰한 어머니와 같은 하나님의 모습에 비해, 20세기에 들어서서 범지구적인 물순환에 간섭함으로써 자연의 지배자로서 마지막 단계를 넘게 된 인간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데 ‘전능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몸’인 우주 전체가 전능한 인간에 의해 “끙끙 앓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전도된 가치관이다”
- 생태학적 사고 vs. 서양근대 진보발전사관 -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인간의 욕심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맘대로 개조하고 변형하고 착취해도 아무 상관없다는 놀라울 정도의 무감각 혹은 무지입니다.
끊임없는 물질적 진보를 신봉하는 서양 근대 진보 발전 사관의 세례를 받고 우리는 태어나고, 세뇌되면서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간은 다른 모든 만물과의 관계성을 부인하고 저 혼자 무한히 증식하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에게는 그물망과 같은 관계 안에서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생명의 실상을 통찰하는 생태학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선생님은 ‘왜 생선초밥이 아프리카의 물을 고갈시키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태학적 사고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자에서도 암(癌)은 산(山)처럼 먹고(口), 먹고(口), 또 먹어서(口) 드러누운 병이다.
오늘의 선악과
오늘날 인간의 역설적 상황은 “우리 인간이 자연을 창조한 것도 아니고, 또 자연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자연에 대한 지배권을 손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은 이것이 선악과를 따먹은 일과도 같다고 하셨습니다. 선악과는 인간이 존재해야 할 올바른 자리와 경계를 가르쳐 주는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고유한 ‘생태적 타자’인데, 인간이 그 자리를 제멋대로 침범한 것입니다.
성서에 흐르는 생명의 강
이러한 우리에게 희망은 알뜰한 하나님의 살림살이, 곧 하나님의 경륜에 있습니다. 댐과 인위적인 시설물들을 없애면 강은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강의는 에스겔과 계시록에 등장하는 ‘생명의 강’의 종말론적 비전을 제시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의 한국 교회에서 이런 생명의 물이 한 줌이라도 흘러나와 ‘4대강 살리기’로 죽어가는 이 땅의 강물로 흘러들어가기를 바랍니다.
강의 후에는 자기 소개와 함께 열띤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직장인, 대학생, 신학생 등 다양한 수강생들이 강의 소감을 나누고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 최근 사건들을 보면 경제-환경-평화의 주제가 서로 묶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에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선배들, 사람들과 책들을 소개해주시면 좋겠다.
답) 책은 강의자료 뒤에도 소개되어있다. 단체, 사람들, 책, 사이트 등 다음 시간부터는 더 준비해오도록 하겠다. 최근 북한강에서 농사짓던 분들이 대안적 활동들을 하시는 것 등을 보면서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
질) 4대강 공사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되었고 공정률 0%인 곳은 두물머리 뿐이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답)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강의에서 제시한 것은 일단, 강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또 가르치고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고 선거 등 정치적 참여나 교회 안에서 위원회 활동 등 직접적 참여도 할 수 있겠다.
질) 적절한 개발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답) 늘어나는 인구 상황에서 무한히 개발하여 선진국 수준의 물질적 생활을 모두 누리겠다는 것이 유한한 지구 자원을 생각할 때 오히려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나는 지속가능한 후퇴가 필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현재에서 “정상 상태”를 유지하면서 질적 변화와 정의 실천을 위하여 노력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질) 나는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답) 누구나 매번 선택하며 사는 것이다. 진지한 고민이 좋게 보인다. 아랍의 봄, 미국의 가을, 영국의 청년시위 등 신자유주의 40년 종언을 고하는 전세계적인 흐름이 있다. 이제는 정의로서의 복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선호도 보다는 이러한 시대 흐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것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질)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교회에 없다기 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 지구 돌봄 자체가 근본적인 기독교의 신앙요청으로서 신앙행위라고 구분없이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한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런 것을 사회적 이슈로 바라보기보다 이를 통해 신앙을 묵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외에도 선생님의 어린 시절 목사 서원에 대한 이야기와 대학 때 회심 사건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핵 문제를 다루기로 했어요. 매우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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