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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강좌

[현장스케치] 졸업예비학교 2강 - "일상의 영성으로 체념적 현실 극복하기 : 홍정환 연구원" (문평강님 글)

첫 날 참석하지 못했던 저에게는, 지난 월요일이 특강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분들과 함께 강의를 듣게 되어서인지 학교에서 듣는 여느 강의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어야 해서 할 수 없이 듣는 강의가 아니라, 듣고 싶어서 찾아와 듣게 된 강의라서인지 (티는 하나도 안 났지만) 나름대로 저 역시 능동적으로 강의와 만난 것 같아요. 강의 시작 전 학관에서 조원 분들과 함께 먹은...설익은..김치볶음밥을..힘겹게..소화시키며..듣기 시작했습니다....

후기를 어떻게 써야 할 지 막막해서, 그냥 강의 주제에 맞게 저를 돌아보고 나누는 식으로 적어보려 합니다....

 


1. 체념적 현실


 휴학 없이 달려오다 보니, 어느 새 캠퍼스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4년 이라는 시간동안 저 스스로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제가 속한 캠퍼스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저희 캠퍼스(한국예술종합학교)는 상당히 개인주의에 물들어 있고,

피상적인 관계는커녕 아예 관계 맺기를 거부하는 학우들이 많습니다.

선후배간의 의미있는 만남은 거의 없으며, 자신의 작업에 다른 이들이 필요할 때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따로 맺는 관계도 거의 없습니다. 활동하는 동아리도 거의 없습니다. 각자의 작업과 연습에만 매몰되어 있기 일쑤입니다.

**작년에는 캠퍼스에 가슴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6명의 학우들이 한 학기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캠퍼스 전체적으로 충격에 휩싸였어요...


제가 1학년 때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어차피 글은 혼자 쓰는 것이니 나에게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다른 이들과 만나지 않고, 관계맺지 않고 소통하는 글, 다른 이들의 공감을 부르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저 역시 그러한 캠퍼스의 정서와 고질적인 문제에 어느 순간부터 물들어갔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캠퍼스 특성 상, 졸업 후 목적지가 취업이 아니고, 그렇게 되기도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호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불안함에 싸여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저희 캠퍼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취업을 위해 달려가고 몰두하는 행동들이 현실을 살아내는 게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학교 사람들 속에 은근히 (어쩌면 대놓고)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짱있는 자가 아닌 이상, 대놓고 구체적인 진로에 대해 조언을 구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 어려운 분위기이며,

그렇다고 마땅히 누군가가 도움이 될만한 어떤 이야기를 해 준다거나 현실적으로 마련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들 그저 막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휴학없이 다녀서, 동기들 중에선 제일 먼저 졸업을 앞두게 되었는데요.

동기들이 제가 마지막 학기라고 치킨을 사주면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이,

“자 또 한명의 예비 비정규직 노동자 탄생을 축하합시다”였어요. 하하하.........흑흑흑.....

 비단 저희 캠퍼스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마다 토양이 다르고 구성원도 다르기에 조금씩은 다를테지만,

현실 속에서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어쩌면 각자의 삶이 버거워서 누가 누구를 온전히 격려하고 지지해주지도 못하는 세상 속에 덜컥 던져졌다는 점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이 시대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이야말로 ‘체념’으로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서도 들었듯 주변의 목소리는 냉담합니다.

심지어 신앙공동체 조차도, 격려나 먼저간 자로서의 어떠한 구체적 현실적 대안보다는

‘모범 답안’을 내놓는 것으로 그치거나 ‘책임 전가’한다는 강의 내용이 깊이 공감되었습니다. 
‘지도를 잃어버린 세대’라는 표현이 많이 와닿고 아팠습니다.

 

 

2. 일상의 영성


 제가 속해있는 IVF에서도 그렇고, 많은 신앙의 벗들이 ‘일상의 영성’을 강조합니다.

일상을 세워라, 일상을 살아내라는 등의 말을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생활에 영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머리로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살아내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을 때가 있었습니다. 
 강의에서 일상생활과 사역의 네가지 국면에 대해 들으며 저 역시 일상의 영성을 왜곡되게 세우기도 했음을 깨달았고, 일상 영성의 갈피를 조금이나마 잡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나중에 질의응답 시간에 예로 들어주신, 거제도에서 카페를 운영하시는 목사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당신의 사역이라 생각하신다는 목사님처럼,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고유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캠퍼스에 앞서 말한 그 충격적이고 가슴아픈 사건이 있었을 때

저희 공동체(ivf) 친구들과 고민끝에 취한 액션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각자 과에서 다른 학우들을 한 사람 한사람씩 만나서 함께 밥을 먹는것,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들의 일상을 들어주는 것,

캠퍼스에 격려의 편지를 써서 학교 곳곳에 붙이는 것,

친구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연습실과 제작소를 돌아다니며

야간작업하는 학우들에게 나누어 준것..

 엄청 거대하고 특별한 희생을 치른 게 아니라, 정말 저희 자리에서 할 수있는 것들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 과 차원에서도 사람들의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도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귀찮아지기'캠페인이었어요.

정말 일상을 함께 하는 것, 나누는 것이 중요하고 귀하다는 걸 깨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분의 일, ‘사역’을 하는 것도, 무언가 거창하고 엄청난 희생을 지불해야 할 것 같아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진로를 놓고 기도하는 제게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은, 엄청 어렵고 극단적인 결단이 아니라, 저에게 주신 일상(어쩌면 익숙하고 당연한 무언가)을 통해 그 분을 기쁘시게 하는 것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3. 극복


 제가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저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그 무언가를 그저 기쁘게 성실히 하는 것이 ‘사역’이 되고, 그로 인해 체념적 현실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는 참 격려가 되고 힘이 됩니다. 저에게도 TGIM이, ‘토나와요 갓...아임..멘붕’이 아니라, 강사님이 격려로 권면하신 진정한 TGIM, ‘땡스 갓 잇츠 먼데이’가 될 수 있도록 저도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고, 개인적으로도 저의 일상을 놓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며 저에게 주어진 일상에 빠져보렵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