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012년 4월 10일.
지하철까지 막힌다고 서울 시내에 소문이 났던 그날
<기독교 세계관 학교> 지체들이 하나 둘씩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 마을 밥상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공동체 지체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저희가 마을밥상으로 들어섰을 때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바닥에 누워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는데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럽고 즐거워 보이던지^^
채진 자매가 찍은 마을밥상의.. 그야말로 '밥상'
유기농 식재료에 조미료 없이 만든 반찬과 국은 정말 환상이었어요.
마을밥상은 기본 두 그릇!
(설거지를 끝내고도 한 그릇 더 먹은 자매가 있다는ㅋㅋㅋㅋ)
맛있다, 맛있다, 를 연발하면서 먹는 동안
더 많은 지체들이 하나 둘 밥상으로 모여 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밥상에 대한 <기세학> 기체들의 반응은 하나 같이
'부럽다'였습니다.
함께 먹고 마시고 교제하고
식량 주권을 지키는 의미 있는 행위가
삶의 일상이 되고, 지체들이 함께 공유하는 삶의 일부가 되는...
마을밥상의 복합적인 의미들...
그리고 너무도 즐겁게 함께 밥을 먹는 모습 그 자체에서
느껴지던 평화와 따스함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하더군요.
맛있고 즐겁게 식사를 마친 뒤
마을서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장장 6시간 동안의 나눔이 이루어졌던 마을 서원의 풍경입니다^^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고, 개인 책상까지 갖춘 뒤
6시간 동안 꼬박 집중해서 지체들 각자의 깊이 있는 나눔을 들었죠.
그에 앞서,
송강호 선생님의 구속적부심 진술서를 함께 읽었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진영과 이념을 떠나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하나님의 뜻을 바로 알고 그 뜻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삶은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철벽 같은 외면 속에서 고통당하고 신음 하는
모든 강도 당한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나눔은 새벽 3시 반까지 이어졌습니다.
처음 듣는 고백들,
어렵게 꺼낸 이야기들,
진정 어린 회개와,
새로운 결단과 선포,
굳이 답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진정으로 느끼고 상대의 연약함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다독이는 마음이 느껴졌어요.
물론 빵! 빵! 터지는 즐거운 나눔들도 있었습니다^^
(신비로운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예나나.... 남자 지체들의 마음을 너~무 편하게 해주는 저의 존재 정도ㅋㅋㅋ)
새벽 3시 반에 나눔을 마치고,
자매들은 아름다운 마을 어린이집으로 향했습니다.
씻고 자기 바빠서 사진을 미처 찍지 못했네요ㅠㅠ
4월 11일 아침,
뚝 그친 비와
아름다운 수유리를 따뜻하게 비추는 해가 우리들 머리 위로 떠올랐어요~
아침 9시쯤 다시 서원에 모인 기세학 지체들,
빵, 포도, 오렌지, 약간 미지근한 우유, 삶은 계란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북한산으로 산책을 나섭니다.
지난 새벽에 미리 제비뽑기로 뽑아둔 짝과 함께 나란히 일렬로ㅋㅋㅋㅋ
밝은 모습, 선두의 인애와 윤하목의 모습도 보이고....
어색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걸어가는 린쨩과 지혜도 보이네요....
산책 중간에 윤하목이 찍어준,
모두의 얼굴이 희미하게 나와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재간둥이 재명이의 모습....
기세등등 인애
정권교체를 꿈꾸며
제가 뽑는 베스트 포토의 주인공은
영민 오빠
다음은 말괄량이 삐삐
광명시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운 매력의 소유자 예나뤼~~~~
아름드리 교회 신비로운 매력의 자매들....
이 언니가 서라그러면 서야 함...
정지 언니ㅋㅋㅋ
빨리 오라면서 수연이한테 길 안 알려주던 귀요미 견도와
지구처럼 둥근 성품의 소유자 지수 언니
(왓, 닮았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영남이예요~
최강 동안 병길 오빠와
그 후예들...
이별 여행 갔다 왔는데
다시 뭉친 조...
어떤 이쁜 자매와 낙타 이빨을 가져 슬픈 자매
즐거운 산책의 단체 샷샷샷
몇몇 형제들은 헉헉거리며
몇몇 자매들은 씩씩하게ㅋㅋㅋㅋ 오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낸 뒤....
꿈에도 그리던
마을찻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을밥집 병쳘 사장님과
질의응답 시간
병철 사장님의 수줍은 표정 사이로
비치는 굳건한 신뢰와 믿음, 확신이
너무나도 멋졌습니다.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먹고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것은 물론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진로를 정하며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살아야하는지까지....
가슴 깊이, 뜨겁게 도전을 받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질문을 하는 <기세학> 지체들의 얼굴 표정 위로도
마을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과 기대, 애정과
'물리적 기억'이 없는데도 느껴지던 어떤 그리움이
묻어났는데요.
앞으로 몇 년 뒤 우리들의 삶을 공유하게 될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내심 궁금하고 기대됐습니다.
마을찻집에서는 떡볶이, 사과오디 주스, 매실차, 핸드드립 커피를 함께
나눴습니다.
천국의 맛을 보았다고 할까요.
아, 지금도 생각하니 군침이ㅋㅋㅋㅋㅋ
단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저는 왠지 좀 애잔한 마음이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몰라요ㅠ
병철 사장님께서 저희 보고 다 한 교회에서 오신 분들 같아요, 라고 하셨는데
정말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 같은 모습!
마을 찻집 마주이야기 앞에서 한 컷.
다 웃고 있는데 웃지 않는 린쨩,
역시 완전체다운 모습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년 1월 9일에 시작한 기독청년 아카데미 <기독교 세계관 학교>
의 전환점은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사진만 봐도 심장이 아려오네요.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나 상대를 향한 애통한 마음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들,
서로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서로의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며,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우정이, 우리의 결단이, 우리의 용기가
세상을 위한 것이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4월 11일, 투표를 결의하며 헤어졌던 <기세학> 지체들의 투표 인증샷도 흥미롭습니다.
ㅋㅋㅋ
사실 오늘 오전까지 어제 선거 결과 때문에
멘붕 상태였습니다.
먹먹한 허무감과 패배의식이 몰려왔고,
졸업하고 취직이 되지 않아 마냥 집에 앉아 있을 때
저를 사로 잡았던, 우울한 열등감이
순간적으로 저를 침투했죠 ㅠㅠ
제가 참 좋아하는 이성복 시인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는
'그날'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쓰여진 이 시에서도 볼 수 있듯,
세상은, 사회는, 사람들은
이웃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억압 당하고 착취 당하는 우리 일반 사람들 또한
병이 들었는 줄도 모르고
아프지 않은 척 살아가는 모습은
변함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음 소리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
공평하신 하나님,
고통 가운데 공동체를 허락하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허무감에 허덕이던 아침과 오후를 지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보며
잊혀지지 않을 순간을 떠올리며
감사와,
기쁨이 충만함을 느낍니다.
남은 3개월의 시간,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더 열심히 격려하고
더 여러 번 용서하며
더 꽉 안아주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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