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1살 예비대학생 정해윤이라고 합니다.^^
날씨가 풀리는 듯싶더니 다시 추워지고 있는 2월 중순! 7번째 ‘해방 후 한국교회사’ 강의에다녀왔습니다. 수능을 치루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에 지인의 추천으로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없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통일운동에 관한 한국 교회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해방 후 한국 교회사를 공부하지만 통일문제와 교회관계의 뿌리를 찾기 위해 강의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합니다.
20년대 일제강점기 소련으로부터 사회주의가 들어옵니다. 철저한 투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회주의자들은 그 당시에 기독교인들을 ‘예수천당신앙’이라고 비판했다고 하는데요. ‘예수천당신앙’이란 말은 기독교인들이 그 시대에 사회혼란과 문제를 뒤로 한 채 오로지 하나님과의 관계만을 중시하는 신앙의 형태를 비판하는 말이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나름대로 급진적 투쟁보다는 선한 양심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사회주의자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죠.
하지만 30년대 만주사변, 중일전쟁 등과 함께 일제의 민족말살통치가 시작되면서 사회주의자와 기독교인들이 대거 감옥으로 잡혀가는데요, 거기서 그들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서로 비판하고 대적하던 사이었지만 감옥에서 그들 모두 하나의 목표(독립)를 향해 가고 있던 사이었음을 깨닫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서론에 불과한 이 부분이 저에겐 참 많이 와 닿았습니다. 이데올로기나 종교에 가려져, 나와 다른 ‘그들’은 어느새 비인격화돼가는 그 무서움. 감옥 안에서 인간적인 만남과 교류가 있기 전까지 그들은 서로 적이었을 뿐이겠죠? 굳이 감옥에 들어가서야만 그런 이해와 화해가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저도 기독교인으로서 비기독교인을 이런저런 비판하며 바라볼 때가 많았기 때문에 참 반성이 많이 됩니다.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기독교라는 ‘틀’로 그 기독교 밖에 있는 사람을 비판하다니, 모순이 아닐 수 없네요. 종교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틀 -계층, 이념, 성별, 나이 등-을 전부 벗고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람들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보면 ‘나쁜 놈’, ‘착한 놈’하며 편 가르는 건 사실 무의미한 게 아닐까요.
어찌됐든, 해방 후 다시 그들은 갈라서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해방 후 소련군이 38도선 이북을 점령해 사회주의 개혁을 감행합니다. 정직과 신뢰의 도덕적 정신과 검소, 절제, 성실의 프로스테탄트 윤리를 바탕으로 한 기독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지주와 자본가로 성장했었고, 사회주의자 입장에선 척결해야할 계층이었습니다. 그렇게 북한에서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남한교회 반공노선에 가장 깊은 밑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만열 교수님께서 통일에 관한 강연을 하시면서 어르신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하네요. “교수님은 사회주의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그만큼 그 시절 북한에서 월남하신 분들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며 공산주의라면 혀를 내두르신다고 합니다. 저 역시 ‘안 당해보았기 때문에’ 그분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한 반공사상을 가지시게 된 데는 역시 저희 세대가 상상할 수 없는 경험들이 있으셨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60년대부터는 통일에 관한 논의에 변환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는 일방적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무력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만이 있었다면, 일부 진보적 기독교인들에 의해 남한내부에 자유와 사회정의를 구현한 후 북한과 대결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즉, 비판의 방향이 남한 내부를 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과 남한의 화해를 도모하는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70년대에 드디어 진보적 기독교인들에 의해 통일문제에 민중의 참여를 전제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70년대에는 비록 개인 차원에서 전개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문제로만 다뤄졌던 통일문제를 민중의 문제로 이끌어내기 시작하는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80년대부터 교회의 통일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계속 인권과 민주화 운동을 펼쳐오던 교회는 번번이 ‘국가안보우선’ 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제제당합니다. 결국 민주화 운동과 안보문제에 타협점에서 통일운동에 교회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선민주 후통일이냐, 선통일 후민주냐’ 는 계속 논쟁이 되었지만, 적어도 민주화와 통일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후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선으로 북한과 남한의 교회는 통일에 관한 대화를 시작했고, 스위스 글리온 회의를 거쳐, 88년에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하 NCC 통일선언)’을 발표합니다.
NCC 통일 선언에는 분단과 증오에 대한 죄책고백이 있는데요, 이 부분이 이 선언에 기독교적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이런 선언을 발표할 `때 우리 민족을 대표해 과거를 회개했다는 점은 기독교인으로서 자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회문제 등에 접근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십자가를 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통일 운동을 벌이는 것은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지만, 민족의 죄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그런 사명인 것 같습니다. 또 단지 죄를 회개했다는 점만이 아니라, 민족의 역사적 반성과 성찰을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회개와 성찰을 바탕으로 한 활동들은 더욱 힘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이런 것이 진정한 복음의 능력이 아닐까요!?^^
NCC 통일 선언에 핵심적인 부분은 통일에 대한 새 원리로 민중참여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70년대에 통일문제를 민중의 문제로 끌어내렸다면, 80년대에는 이제 민중이 통일운동의 주체라는 점을 이 선언이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인도주의적 방식의 해결(이산가족 문제, 대북지원 등), 군사력감축, 평화가 고착된 후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합니다.
보수 측 교회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를 빌미로 이 선언을 강력히 비판합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이 비판은 보수교회 내에서의 통일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90년대에 북한돕기운동에 보수교단이 참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이 부분은 교수님께서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나라 교회가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게 된 원인은 68년 박정희 3선 사건으로서, 정치적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92,93년 북한을 도우면서 손을 다시 잡게 되는데 이는 민족적 문제였죠. 즉 정치적 문제로 갈라진 교회가 민족적 문제로 손을 잡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아직까지도 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2000년대에 이르러 다시 통일문제로 양분되고 있다고는 하는데 이제는 저희들의 몫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통일운동과 교회사 파트가 마무리되고 시간은 9시가 넘어가고 해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어잌후 교수님께서 제 7강 새로운 신학의 모색의 토착화신학과 민중신학 까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우리들의 민족적 상황을 고려한 최초의 신학이라며 민중신학을 높게 평가해주셨는데요, 이 부분은 이번 현장스케치 흐름과 내용상 슬며시 뒤로 떠넘겨보아요.(ㅎㅎ)
한국교회의 반공세력이, 우리나라 분단에 책임이 있다고 하셨을 때 기독교인으로서 반성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던 반면, 통일문제를 민중의 문제로 이끌었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비판과 질책을 받고 있는 현 기독교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예수님의 이름아래 모인자들로서 다른 이들보다는 조금 더 사회를 걱정하고, 민족을 생각하고, 미래를 꿈꾼다는 점. 이번 강의를 통해 다시 한번 기독교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솔직히, 많은 기독교인들과 교회들, 선교단체들이 사회의 목소리를 내고 비판하는 일들, 사회를 바꿔보기 위해 하는 일들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조그만 목소리들이 합쳐 큰 함성이 되는 구나. 세상을 바꾸는 일은 가능하구나.
기독교 정신을 바탕에 둔 한 대학의 표어가 떠오릅니다.
“Why not Chang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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