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구공간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을 방문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나 뚫인듯 비가 쏟아졌지만 강의는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사회선교학교 역대 최고로 많은 친구들이 함께 했습니다.
물에 휩쓸리지 않고 찾아온 용감한 친구들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따뜻한 찌개 한 그릇 먹고,
가깝지만 먼 거리(ㅎㅎ)에 떨어져 있던 연구공간을 찾아갔습니다.
우리가 찾아간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수유너머N은 코뮨주의적 활동을 함께 실천하고자 모인 집단입니다.
국가와 자본, 권력에 속박되어 불모의 대지가 되어버린 삶 위에,
다양한 차이들을 가로질러 새로운 길을 만드는 노마드적 삶의 방식을 실험하고자 합니다.
매일의 일상과 동아리모임, 세미나와 강좌 등에 이르는 우리의 활동들이
N개의 삶, N개의 사유, N개의 코뮨, N개의 네트워크로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정정훈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기청아와도 인연이 있으신 수유너머N의 연구원이셨습니다.
현재는 기독인들의 연구단체모임인 카이로스 연구단체를 만들어 함께 하고 계시고 비정규직 대학강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지요.^^개인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지만 여럿이 함께 공부하여 만든 책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정정훈님은 수유너머를 책과 누리집을 통해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어떻게 형성되었고 또 어떤 분립과정을 밟아가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수유+너머= 수유에 있던 '수유연구실'과 신림에 있던 '연구공간너머'의 합한 단체입니다.
수유연구실의 고미숙씨와 연구공간너머의 고병권 선생님과 이진경 선생님의 교류를 시작으로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른 연구단체와의 다른 점은 바로 ‘코뮨’을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삶과 앎의 일치를 지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일치의 과정 속에서 코뮨을 형성하게 된 것이지요.
추상화적 사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내는 것의 중요성을 의식하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외형적으로 보기에 학문단체로 큰 성공을 이루었지만,
성공의 요인과 실패의 요인이 만나는 지점이 생겼습니다.
개인 카리스마의 등장과 선후배간의 심한 위계질서가 문제였던 것이지요.
-연구원님의 설명으로 어떤 학문적 노선의 차이가 아닌, 조직론의 차이로 지금은
수유너머와 연구공간의 분리과정 가운데에 놓여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흔히 우리는 분리를 조직의 '깨짐'이라 인식하고 실패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분리를 설명하면서 정정훈 연구원님은 이를 실패의 과정이라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실패를 정직하게 대면해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코뮨은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코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셨습니다.
지금은 문제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연구원들은 월 고정수입이 10만원입니다.
어떤 연구원들은 대학강사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더 벌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연구원들도 있는데,
연봉 120만원을 가지고도 삶의 질을 누려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120만원을 가지고 삶의 질을 누려가며 살기란, 누군가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일 일수도 있는데 말이죠.
강의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Q. 수유+너머N은 학문연구단체이다. 공부방법이 궁금하고 다른 단위들과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먼저 우리는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같이하는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같이 모여 세미나도 함께 하는것이다. 그를 통해 생각지 못한 관점을 보게 되는 것이고, 여러 전공자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는 것으로 분야를 넘나드는 현대철학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공부를 업으로 삼아서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접근 방식이 다르다.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하는 편이다.
Q. 강의를 하실 때 일상이 중요하지만 일상을 강조하다보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A. 일상이 물신화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길을 닦는 훈련, 즉 일상을 잘 살아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일상에만 집중하면 그것만으로 자기위안을 삼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구조나 체제를 바꾸는 작업이 같이 가야 한다.
단지 코뮨을 돌리기 위한 일상이 만들어질 수 잇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
Q. 세미나, 강좌하는 것의 목적은 무엇인가? 의식 개혁 혹은 교육?
A. 앎이 좋아서이다. 우리는 일명 ‘지식 오덕’이다. (* 오덕= 오타쿠)
우리에겐 앎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Q. 서양 철학에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A.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서양’이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은 수유남산에서 공부한다.)
또한 우리의 문제의식과 접목하는 척학자와 철학이 서양철학이라 그렇다.
풀고 싶은 문제와 만나지 않아서 동양철학을 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강의가 끝난후, 사회선교학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뒷풀이를 갔습니다.
역 근처 카페에가서 모여 앉아 스무디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뒷풀이에서는 가지고 있던 불만과 좋았던 점을 함께 나누었지요.
몰랐던 부분들은 다른 친구의 나눔을 통해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유너머의 누리집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난 십여년간 동안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실험을 통해 우리가 깨달은 것은 앎과 삶은 코뮨, 즉 다른이와의 "함께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우리 존재가 다른이에게 받은 선물이라는 것, 우리의 자유와 풍요가 다른 이들과의 연대와 접속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에겐 다른이와 함께 공부하며 나눌 수 있는 곳, 기청아가 있어 좋습니다.
오늘 강의를 듣고 다른 단체에 비해 수강료가 무척 싸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함으로 남은 강의를 열심히 들어야겠습니다. ㅎㅎ
다음은 참여연대를 탐방합니다~ 기대되는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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