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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강좌

[직장인 기독영성] 미생과 완생 사이에서: 취업, 직장관계, 공부 후기

저녁 무렵 강의 들으러 지하철을 타니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았어요.

맛있는 김밥을 넉넉히 준비해 가서(직접 싸진 못하고^^;) 밥상 나눔부터 함께했어요.


녹록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먹을거리 싸서 하나둘 오는 수강생 분들이 참 소중하다 생각했어요.

차 한잔까지 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지금 직장에서 그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분투하는 직장인 강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는 온라인서점에서 뭐든지 다하는 MD로 일하는 김현기 과장님의 이야기였어요.

어린 시절엔 쉽게 돈 버는 일 같은 두부 장사를 하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리는 엉뚱한 아이이기도 했지만,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다가, IMF를 지내며 부모님 사업이 힘들어지는 것을 보고 '회사원'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해요.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냥 지원했다가 덜컥 붙어서 일했던 회사는 매우 단조로웠대요. 

상사들이 아무 열정 없이 영혼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직을 결심했대요.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두 번째 회사에서는 바로 위의 상사와 관계의 어려움을 겪다가 3개월만에 그만두는 아픔을 겪었대요.

그리고 애태우는 구직 기간을 거쳐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해서 10년째 일하고 있으시다고 해요.


책을 좋아하는데 책을 다룬다는 점을 놓고 보면 회사원의 꿈도 이루었고 더할 나위 없나 싶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에서는 그 이면에 돈이 돈을 벌고, 약자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자신은 거대한 톱니바퀴의 하나의 이에 불과하지 않나 싶을 때도 있대요.


그러나 함께 신앙하는 이들과 모여 살고, 한몸살이의 꿈을 이루는 가운데 자신이 어떤 몫을 해가는구나 느끼면서

"회사가 나고 내가 회사다"라는 기만적인 말로 혼을 쏙빼놓는 이 시대 가운데에서도

상식적인 소통이 가능하고,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대의 지향을 가지며

이 시대의 영적 전쟁을 위해 적을 알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 진실에 가까이 가며 참된 얼을 되찾고 

자본주의 사회의 강고한 질서에 구멍을 뽕뽕 뚫는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고 나누어 주셨어요.




두 번째 강의는 풍력 발전기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과

주말에는 홍천에 있는 삼일학림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신원 팀장님이자 선생님의 이야기였어요.

회사에서 경험하는 명백한 불의(유흥문화)에 대해서는 용기를 내어 동참하지 않았지만,

점점 회사에서 주고받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일에 중독되어 가는 모습에 뜨끔하기도 했대요.


이전 교회에서 투사같았던 선배들도 점차 집을 늘리고, 아이를 비싼 사교육 시키고

꼭 그렇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도 무기력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대요.

그래서 매주 모여 신학, 철학을 공부하는 모임에 참여했고, 거기에서 좋은 신앙의 동지들을 만났다고 해요.

그러면서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거나 회사일에 모든 힘을 다 쏟는 것으로부터

저녁엔 함께 사는 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었대요.


원 님은 얼마 전에 결혼을 했는데, 신혼집의 싱크대 문을 목공 작업으로 직접 만들고 있대요.

그것을 만들면서 기쁨과 보람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 소중한 것을 느끼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대개 "그게 사는 것보다 싸냐?"라는 질문을 툭툭 던지는데

그 말 속에서는 심지어 노동의 주체인 나조차도 소외시키는 자본의 악한 힘이 숨어 있는 거라고 해요.


화폐로 얼마에 교환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면

매주 짬을 내서 나무를 다듬고,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구상하고,

쓸모 있으면서도 하나뿐인 문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내가 하루에 얼마짜리의 가치인 사람인데, 그걸 따지고 재료값 따지면 참 바보같은 일을 해버린 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그 생각으로는 노동의 기쁨, 의미를 알아챌 수도 없고 그런 건 다 없는 것처럼 여기고 말하는 거래요.

그래서 원 님은 비싼 몸값(교환가치)을 자랑하는 존재가 아니라 쓸모(사용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 일에 더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방향으로 삶을 전환해 가고 있다고 해요.

그런 점에서 주말마다 홍천에 가서 학생들과 물리학을 공부하는 것도 너무나 소중한 일이래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자원봉사'에 너무 과한 힘을 쏟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또 하나님을 사랑하는 인간의 눈으로 보면

원님은 지음받은 목적에 충실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은 창조하는 것이고, 이 기쁨을 회복해서 자유로운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울림으로 남았어요.


저도 자유롭게 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때 광야로 들어가는 것처럼 두렵기도 하고, 

회사에서 일반적인 인정을 받으며 꿈나무로 자라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인 것을 느끼며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교회에서 섬기는 것도, 마을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것도, 마을에서 선배들과 친구들과 동생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도 

제게는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거든요. 

그런 삶이 가능한 자리로 불러주신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도 기대하면서 두 번째 강의를 뜻깊게 잘 들었습니다.


다음 주에 밥상 나눔 때부터 꼭 오세요.

맛있는 밥과 간식 나누며 지치고 외로운 일상 훌훌 털어 버리고

각자가 삶으로 부딪혀가며 소중히 깨달은 진리 아낌없이 나누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