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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강좌

[현장스케치] 대학생 세미나 -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당선의 의미 (정인곤님 글)

10월 25일 [대학생 세미나]에서는

김동춘 선생님의 [1997년 이후 한국사회 성찰] 마지막 세미나를 하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영상(10.24 마지막 TV토론회)을 봤습니다.

토론회를 본 후 느낌을 서로 공유했고, 서울시장 후보 선거 결과에 대한 의견도 나눴지요.


그때 나눴던 저의 의견과 서울시장 선거 최종 결과를 확인한 후 소감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앙선관위 최종 집계 결과 박원순 후보(215만8476표/53.40%)가 나경원 후보(186만7880표/46.21%)를 제치고 당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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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당선되더라도 아주 근소한 표 차이가 날 것이다."

 

근거는...

48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치러진 선거 결과를 검토해보면, 선거 결과 이념적 보수가 이념적 진보를 압도해왔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전쟁을 겪으면서 체질적인 이념적 보수 성향이 강화된 것이지요.

건국 이래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 철칙은 반공주의와 지역주의였습니다.

안타까운 역사이지만 반공주의와 지역주의에 대항하여 일어선 주체는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적 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운형 선생님, 김구 선생님이 해방공간에서 죽임을 당했고, 조봉암 선생님이 사법 살인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역전은 있었습니다.

4.19민주화운동 후의 선거가 그러했고, 87년 6월 항쟁 이후 선거가 그랬습니다. 또 2004년 탄핵 이후 선거가 그랬습니다.

민란 성격의 대규모의 대중적 움직임은 선거 국면을 압도하여 이념적 보수에 큰 패배를 안겨주곤 했습니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바람(風)의 정치, 운동의 정치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2011년 현재를 준-민란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여기에 저는 확신이 들지 않더군요.

 

그런데 박원순 시장후보가 상당한 표 차이로 승리하였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였지만 미니 대통령 선거의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이념적 진보가 이념적 보수를 압도한 것이지요.

민란에 준하는 대중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놀랍습니다.

한국사회가 앉아서 혁명을 이룬 셈입니다.

 

대단히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 승리는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직접적으로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대중적 움직임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 가슴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이렇게 강렬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반공주의와 지역주의 선거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놀랍습니다. 한국사회가 이렇게 진일보했습니다.

 

한국사회가 이렇게나 진일보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더욱 진일보해야합니다.

이념적 진보에 머물지 않고 일상의 진보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더불어 웃으면서 진도를 나가면 좋겠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한국사회는 이렇게 뜨거운데, 한국교회의 온도는 어떠한가?

 

기독청년의 자리에서, 기독운동의 자리에서 봤을 때 한국교회의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재 보수적 시민사회와 보수적 기독교는 거의 일치합니다.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보수적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한국교회의 의식적 지형은 상당히 퇴행적입니다.

희망이 없다 혹은 절망적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현재 상태가 그렇게 보입니다.

2000년 이후 기독운동이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가 다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주체가 사건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사건이 주체를 일으킨다고 배웠고 또한 경험했습니다.

그리스도 사건이, 성령 사건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주체를 불러 세우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