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목사님(기독청년아카데미 운영위원장, 밝은누리 대표))이 한겨레신문 휴심정에 매달 한번씩 글을 쓰고 있습니다. |
학생 부모 교사가 서로 배우는 산골학교
삼일학림은 고등 대학 통합과정으로 이뤄진 배움터다. 청소년, 청년, 교사, 부모가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 숲인 학림이다. 과학, 수학 등 다른 과목 교사와 부모, 청소년이 함께 철학을 공부하고 몸과 마음을 닦는다. 하늘땅살이(농사)와 집짓기를 함께 배우는 동료 학생이 된다. 역량이 있으면, 청소년이 가르치기도 한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신기했어요. 내용이 좀 어려웠는데, 질문하고 토론하는 걸 보고 많이 배웠어요.” “어른들도 우리처럼 어려워하는 게 재밌고 자신감도 생겨요.” ‘현대과학과 철학’ 수업을 마치고 청소년 학생들이 나눈 얘기다. 함께 공부한 어른들은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청소년들이 새로운 관념을 더 잘 흡수하는 게 놀라웠어요. 기존 삶에 익숙한 우리보다 더 잘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밝은누리는 서울 인수마을에 어린이집과 마을초등학교, 강원도 홍천에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운다. 홍천에서는 초등대안학교를 하지 않고, 폐교 위기에 있던 작은 학교를 살리며 공부한다. 교육청과 함께 ‘온마을 배움터’를 만들어 가르친다. 마을공동체를 토대로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어우러지는 교육이다.
삼일학림은 교과 선택 학점제로 운영한다. 철학수신, 마음 닦기, 역사, 하늘땅살이(농사), 집짓기, 생활기술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역량을 익히는 게 필수과목이다. 수학, 과학, 다른 나라 말글, 검정고시 등은 선택과목이다. 원하는 때, 주체적으로 선택하기에 수학을 포기한 채 왔던 학생이 몇 일간 하루 종일 수학만 공부하는 집중학습에 참여하기도 한다. 자기를 다시 발견하는 사건이다. 원하는 과목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기획해 공부할 수도 있다. 운동에 열심인 학생은 몸에 대한 관심을 확장해 동의보감, 침구학을 자율과목으로 설정해 공부한다. 악기를 배우거나 노래 만드는 걸 자율과목으로 신청해 공부하기도 한다.
직장생활하며 주말에 학림에서 가르치고 공부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휴가 내고 연구발표를 준비할 정도로 열심이다. 공학 기술자인 친구가 학림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철학을 배우며 숨겨진 인문학 역량을 발견한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영어를 가르치고, 철학수신과 마음 닦기를 배운다.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는 청년이 학림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철학수신과 마음 닦기, 하늘땅살이(농사)를 배운다. 신학과 철학을 관념으로만 공부하며 살던 이들이 머리 쓰는 일을 내려놓고, 밭일과 집짓기를 배우며 철학을 몸으로 다시 익힌다.
강원도 산골마을이 노동과 기도, 쉼이 어우러지는 배움 숲이 된다. 생명평화, 생태, 서로 살림이라는 가치가 실제 삶에서 무기력하고 공허한 관념이 되지 않으려면, 관념을 현실화 시키는 교사와 부모의 삶이 중요하다. 삶은 관념을 검증하고 살아있게 하는 힘이다. 새로운 교육은 더불어 사는 새로운 삶을 토대로 할 때,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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