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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나라 사는 삶, 지금 여기에_한국 공동체 교회, 한마당 잔치 '한 몸 이룬 교회'들 모여 희망 증언


포천 사랑방공동체에서 8월 14~16일, 하나님나라의 희망으로 이야기꽃을 피운 '2017 한국 공동체 교회 한마당 잔치'가 마무리됐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한공협·상임대표 최철호)가 주최한 '2017 한국 공동체 교회 한마당 잔치'가 8월 14~16일 포천 사랑방공동체에서 진행됐다. 여러 지역에 있던 300여 명, 70여 공동체 교회가 참가했다.

가나안농군학교, 예수원, 디아코니아자매회, 사랑방공동체 등 이 땅에서 공동체 삶과 수도적 영성의 흐름을 이끌어 온 선배들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교회의 본질을 찾아 깨달은 바를 증언했다. 이제 막 한 몸 살이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려는 청년들이나 그렇게 살고 있지만 거듭나기를 바라는 이들은 선배들 발자취를 더듬으며 처음 품었던 정신을 듣고 배웠다.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원로들은 자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결로 몸 된 교회를 열어 가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그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 모양새로 더불어 사는 삶을 사는 청년들은 불신과 체념을 넘어 말씀을 박제화하지 않고 당당히 삶으로 살아 보겠다고 고백했다.

첫쨰날 여는 예배에는 가나안농군학교 김범일 교장이 말씀을 전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첫째 날 저녁에는 '한국 공동체 교회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원로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윤공부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첫째 날 낮에는 김범일 교장(가나안농군학교)이 '여는 예배'에서 말씀을 전했다. 저녁에는 '한국 공동체 교회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벤 토레이 신부(예수원), 이영숙 언님(디아코니아자매회), 정태일 목사(사랑방공동체)가 '원로들과의 대화' 자리에 나섰다. 이들은 한평생 공동체 교회를 일구는 데 헌신한 1세대이자 한국교회 본질 회복에 힘쓰는 공동체 교회 역사의 산증인이다.

초기 개척 정신과
헌신 되새기다

김범일 교장은, 부친인 일가 김용기 장로(1988년 소천)가 해방 이전 일제강점기 때부터 나만 잘사는 게 아닌 민족을 살리고자 하는 뜻에 몸을 바쳐 왔던 이야기를 전했다. 봉안, 삼각산 등지를 거쳐 원주에 이르기까지 힘 모아 일하고 배우며 수많은 황무지를 개척하고 농민 운동가를 길러 낸 개척 정신은 지금 가나안농군학교의 토대가 되었다.

왼쪽부터 예수원 벤 토레이 신부, 사랑방공동체 정태일 원로목사, 디아코니아자매회 이영숙 언님.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예수원 벤 토레이 신부는 한국교회 영성 운동을 이끌어 온 예수원 창설 초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천덕 신부는 본래 한국전쟁이 끝난 뒤, 성공회 신학원을 다시 세우고자 1957년 한국에 왔다. 신학생에게 '하나님과의 관계'-'우리의 관계'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대 신부는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다"라는 정신과 모두가 은사를 나눈 한 몸의 지체이기에 목사도 여러 사역 가운데 한 부분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다 사역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대천덕 신부는 어떤 이론이든, 되는지 안 되는지 실험하는 과학 정신에 따라 성경이 말하는 삶을 실험하고자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태백 외나무골에 1965년 6월 군용 천막 하나를 얻어 가지고 올라가 10여 명이 함께 예수원 건물을 지었으며, 12월부터 들어가 살았다. 그때부터 예수원은 '우리 손'으로 집 짓고 노동하는 공동체이자 교회의 하나 됨과 세계 평화, 남북통일을 위해 매일 정오에 30분간 중보 기도하는 공동체로 살았다고 했다.

사랑방공동체는 이번 한마당 잔치에 참여한 이들을 위해 모든 공간을 내어 주고 함께 나누는 밥상을 책임졌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함께 기도하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나누었던 밥상.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디아코니아자매회 이영숙 언님은 개신교 여성 수도회로서 1980년 5월 1일 전남 목포에서 창립한 디아코니아자매회와 평생 함께해 온 삶을 나눴다. 주님께서 가난한 이들, 고통당하고 아픈 이들, 갇힌 자들, 외로운 자들을 위해 오셨다는 말씀을 따라, 당시 의사로서 병원을 운영하던 여성숙 선생을 통해 결핵 환자촌에 들어가 함께 생활하면서 환자를 돌보았다. 처음에는 5명이 헌신 예배를 했고, 지금껏 평생 독신으로 함께 살면서 기도와 사역에 힘써 왔다.

세상을 거슬러 사는 삶

사랑방공동체 정태일 목사는 1980년대 전반의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 시대 상황에서 1984년 공동체를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는 사회적으로 암울하던 때이자, 한국교회에 선교사가 온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 희망이 없는 듯하지만 희망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봤고, 교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교회, 기독교 특징인 공동체성을 증명하는 교회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사랑방공동체가 시작할 때부터 세워 둔 여섯 가지 정신이 있다. 첫째, 하나님나라가 실제로 있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 감격 있는 공동체 생활을 이루자. 둘째, 복음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교육 목회를 실현하자. 셋째, '와서 보라'는 말씀을 따라 하나님나라를 보여 주는 선교를 하자. 이어서는 '세 가지 없이' 시작한다는 삼무(三無) 정신이다. 첫째, 사람 없이 시작한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인데 사람이 주인이 되면 안 되기에. 둘째, 돈 없이 시작한다. 돈은 사람을 움직이는 권력이 될 수 있기에. 셋째, 건물 없이 시작한다. 건물은 하나의 형식일 뿐이기에. 형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아침마다 시편 말씀을 묵상하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모둠을 이뤄 둘러앉아 묵상한 말씀을 나누는 모습.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그나라공동체를 했다가 태안에서 수도 공동체 말씀원을 시작한 윤공부 목사는 첫째 날 저녁 인사말에서 "이번에 꼭 와 보고 싶다는 끌림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자리에 온 청년들 눈빛이 맑고 힘찬 것을 보니,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윤공부 목사는 이날 벽제 동광원 원장 박공순 언님이 87세 나이로 하늘나라 부름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동광원은 한국 대표 개신교 수도 공동체다. 한국 대표 영성가 이현필 선생 뜻에 따르는 제자들이 이룬 공동체다. 윤 목사는 평생 스승을 따라 살아온 고인을 떠올리며 "예수님이 나다나엘을 향해 참 이스라엘 사람, 간사한 것이 없다고 하신 것처럼 박공순 원장님은 그런 칭찬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한공협 상임대표 최철호 목사(밝은누리)는 공동체 교회 원로들이 한자리서 들려준 이야기를 모아 "지금 우리에게 성경이 증언하는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세상에 보여 줄 것인가 생각하며 그 길을 한결같이 지켜 가는 분은 이 시대에 굉장히 드물고 그만큼 소중합니다"라고 전했다. 최 목사는 "예수원, 동광원, 디아코니아자매회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더불어 사는 삶과 교회가 나누어져 있지 않고, 노동과 기도가 나눠져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브루더호프에서 방문한 이들이 공동체 신앙과 삶을 들려주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천안양문교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민들레공동체, 새터마을교회, 꿈이있는교회, 열방공동체, 주님의가족공동체, 오두막공동체, 밝은누리 등이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깨달은 지혜와 유익을 나누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공동체 학교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민들레공동체 김인수 교장.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정태일 목사도 공동체 삶이 이 시대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이야기했다. 정 목사는 "공동체가 어떤 분파나 교파를 만들자는 게 아니에요. 그리스도인 각자가 예수님 믿는 사람답게 살자는 것이고, 교회를 진짜 교회답게 하자는 뜻이지요. 삶의 형태와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지금 그리스도인의 생활과 교회 예배가 성경과 멀어져 있어요. 세상과 달라야 하는데 세상을 따라 하는 게 많아진 이 문제를 한국교회가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헌신적으로 해결해 가는 방법으로 공동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곳곳에 움트는
생명의 씨앗

저마다 터를 잡고 있는 곳에서 여러 모양으로 공동체를 꿈꾸며 시도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선교지에서 교회 세우고 제자를 삼는 데 애쓰다가 한국에 돌아온 이욱세 님은 "교회 본질을 구현하고자 애쓰는 작은 공동체들과 그런 일에 뜻을 모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위로받고 도전받고,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세 가정이 함께 예배하고 있다는 김종수 님은 교회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마을에 들어가 생태 환경 운동을 하면서 믿지 않는 분들과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있다고 했다. 이승훈 님은 1982년부터 부천 약대동에서 빈민 선교를 이어 온 새롬교회를 기반으로 민주화 운동을 해 온 1세대와 다양한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이어 줄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령 안에서 한 몸 이루는 삶을 향해 발걸음을 시작한 이들도 이야기를 꺼냈다.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어 가는 이야기와 고민을 들려주었다.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교수-학생 관계로 만나 공부로 함께 꿈을 나누며 시작한 샬롬공동체도 매주 모임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한 몸 살이를 준비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도와선교하는공동체' 산돌교회는 서울 이태원에서 2009년 시작해 어른·어린이 40여 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김효경 님은 "함께 모여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더 깊은 공동체 모양을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번에 다른 공동체들을 보면서 크고 작은 시각 얻었다. 하나님나라를 관념이 아니라 실재 안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없이있는마을공동체 이광호 님은,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청년들과 말씀을 나누고 어떻게 하면 하나님 뜻을 이루며 살 것인지 몇 년 모이다 보니 한 명 한 명에게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같은 소망을 주셨다고 했다. 없는 듯하지만 모든 곳에 계시는 하나님, 나는 없고 예수는 있는 마을을 꿈꾸며 '없이있는마을교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소개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들은 연령대별로 이뤄지는 보육 품앗이에서 새로운 친구, 이모 삼촌 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공동체 소명에 따라 구체적인 사역에 주력해 온 곳도 있다. 옥천 라파공동체는 2002년부터 중독자 치유와 회복을 위해 애써 왔다.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 회복자들과 함께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농사짓고 노동하면서 단순 소박한 삶으로 자립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수촌교회는 1993년 성경적 교회 회복을 위해 처음 모인 뒤, 일반 신자가 공동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공동체를 시작했다. 함께하는 이가 차츰 늘어나자 예수촌교회는 올해 3월 두 교회로 분가했고,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와 협력해 다양한 평화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

그밖에 천안양문교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 민들레공동체, 새터마을교회, 꿈이있는교회, 열방공동체, 주님의가족공동체, 오두막공동체, 밝은누리 등이 대화 모임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깨달은 지혜와 유익을 나누었다.

영국 브루더호프공동체에서 마크, 배지, 아이린, 원충연 님이 방문해 공동체 신앙과 삶에 대해 들려주었다. 청년이 점점 교회를 떠나는 현실에서 어떻게 신앙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마크 님은 "청년은 교회의 미래입니다. 교회는 청년들과 적극 관계를 맺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해 갈 것입니다. 교회가 복음을 따라 산다면 모든 세대가 교회와 함께할 것입니다. 교회는 진리를 다른 것과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청년들은 교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주목합니다. 위선이 있다면 청년들은 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청년들은 진짜를 원하고 진짜를 찾아 언제든 떠날 것입니다. 교회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공동체 교회들이나, 공동체를 꿈꾸고 찾는 이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들을 설명할 수 있는 공연을 보여 주기도 했다.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우리는 시대를 열심히 살았고,
이제 여러분 몫입니다"

신앙과 삶을 함께 나누며 교회를 이루어 가려는 이들에게 다른 공동체를 모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우직하게 부르심을 따라 살아온 이들의 일침을 기억하며 소중한 유산을 계승하는 일이다. 김범일 교장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라는 성경 구절에 덧붙여 "이 소중한 내가 고작 부동산 때문에, 학벌 때문에 이 세상에 왔습니까. 내가 목적이 되고 하나님이 수단이 되면 안 됩니다. 가장 못난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입니다. 남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말했다.

정태일 목사는 "이것이 가야 할 길, 가라 하시는 길이면 내가 가는 게 아닙니다. 여기까지 내가 온 줄 아는데, 하나님이 힘 주셨으니까 온 거예요. 믿음으로 따라 온 거예요. 공동체 이야기를 하면, 다 듣고 나서 그거 좋긴 한데 나는 아니야, 라며 돌아서요. 하나님은 천지창조 때 우리를 공동체적 삶의 존재로 부르셨어요. 그런데 우리가 뭘 계산하고 따집니까. 왜 힘드냐, 하면 사람이 중심이 돼서 그런 거예요. 내가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끌어 주신 거죠.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는 건 불신앙입니다"라고 했다.

파송 예배와 성찬. 사진 제공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이영숙 언님은 "성서에 보면 하나님의 부르심 받은 사람들이 노아나 아브라함이나 다윗이나 다 그 부르심대로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았습니다. 오늘 귀한 분들 말씀 들으면서 저는 참 부족했지만 그 시대에 우리는 열심히 살았다, 사셨습니다 하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 시대는 지났고, 부족하지만 그렇게 산 사람들, 배우고 사신 여러분 몫입니다. 이제는 치유해 가야 할 여러분 개인 개인이 공동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교회의 본질을 찾아 한 몸 된 관계를 일구어 온 공동체 교회들, 영성 훈련과 노동에 집중하는 수도 공동체, 출소자와 중독자, 환우들과 함께 살며 치유와 회복 사역을 감당해 온 공동체, 귀농·귀촌으로 도시 소비 문명의 대안을 꿈꾸는 이들, 청년의 때 뜻한 바를 나누며 한 몸 살이를 시작하는 이들, 교회 내 모임에서 삶을 나누며 공동체 교회로 전환해 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이들은 말씀과 삶을 나누며 든든한 연대와 실천을 하고 있다. 듣고 나눈 이야기에 더해, 저마다 돌아가 삶으로 살아 낼 몫이 묵직하다. 관념은 삶으로, 삶은 다시 관념으로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