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와글와글

지구촌 평화를 위해 땀 흘림 "주여 이 땅을 화평케 하소서"

제14회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한 평화의 철인삼종경기

"평화, 평화, 평화, 이 땅에 평화, 화이팅!"

 

 

잠깐만 움직여도 숨이 막히는 무더운 날씨가 시작됐다. 굵은 땀 방울은 이마를 지나 목덜미를 타고 땅바닥을 적신다. 이미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선 경기도 양평의 한 공원, 흘러내리는 땀 방울이 무색할 만큼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열기는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타올랐다. 이 땅의 평화를 희망하고, 평화를 위해서라면 더위쯤은 비웃어 줄 각오로 무장된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평화'가 무엇이길래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곳 양평에 모였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던 차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크리스찬 70여 명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들 안에는 어린이, 장애인, 목사와 청년들이 포함됐다. 모두는 몸을 숙이고, 손과 다리를 앞뒤로 뻗어가며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시작했다.

4인 1조를 이룬 사람들은 지난 6월 30일 총회 사회봉사부 협력기관이자 외교통상부 등록 NGO 단체인 '개척자들'이 양평 일대에서 개최한 '시리아 난민 지원을 위한 평화의 철인삼종 경기'에 참가했다.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 등 세 가지 종목을 한 번에 하는 인내심과 체력을 필요한 경기에 도전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팀워크 및 협동심을 고취하면서 평화의 주춧돌이 되고자 하는 설렘과 각오로 가득했다.

 

 

평화의 의미를 담은 이번 철인삼종경기는 시리아 난민 지원에 목적을 뒀다. 운영비를 제외한 참가비 전액을 시라아 난민지원에 사용한다. 그리고 더 크게는 이 땅에 평화가 임하고, 참가자들의 땀 흘림과 도전이 평화의 씨앗이 되길 기대했다.


기독청년아카데미, 청파교회 청년부 등이 협력한 평화 철인삼종경기는 2000년 시작됐다. 매년 세계 분쟁지역의 갈등 해소를 위해 개척자들이 개최하는 평화캠프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관심과 참여가 높아 지면서 2014년 그 폭을 넓혀 올해 14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경기의 최연소 참가자인 최지민(대아교회ㆍ9세) 어린이는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마라톤까지 하면 힘들지만, 먼 나라의 친구를 도울 수 있고 평화의 마음도 전할 수 있어서 친구들과 참석했다"며, "어른이 되어서도 평화를 위해 꼭 참석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출발이다. 오전 10시 즈음, 모든 참가자가 구명조끼를 입었다. 남한강을 가로질러 1km를 수영으로 횡단했다. 새 코스 선택으로 물가 진입이 쉽지 않았지만, 주최 측의 차분한 설명과 안전요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수했다. 수심이 깊어 잠깐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물살이 빠르지 않아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반환점을 돌아 완주했다. 물속에서도 한 조가 된 4명의 팀원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형성했다. 그들의 목표는 협력하고 함께하는 것이었지, 1등이 아니었다. 경쟁보다는 화합을 이룬 그곳, 참가자들의 마음속에 이미 작은 평화가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를 준비한 박현성 간사(개척자들)는 "달리다 보면 숨이 차오르고, 힘듦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이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또 그 뜻 안에 진정한 주님 주신 평화가 임하길 기대한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를 보듬고 격려하며 동행할 때 평화가 임할 것이다. 나와 너가 우리가 되는 것이 진짜 평화"라고 전했다.

물속을 나온 참가자들은 젖은 몸을 이끌고 자전거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참가자들의 표정엔 첫 종목, 수영을 시작할 때 보이던 긴장된 표정은 사라지고, 웃음과 여유가 묻어났다. 두 번째 자전거 코스는 장장 30km에 이른다. 양평고 조정부 훈련장을 출발해 경의선 신원역을 반환점으로 되돌아오는 길이다. 참가자들은 순서에 따라 자전거를 골라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관계자 및 가족들의 힘찬 응원 때마다 여기저기 '평화, 평화'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2시간이 지났을까 몇몇 자전거가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자전거 종점에 도착한 참가자들의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팀원을 격려하며 손을 맞잡고, 10km 마라톤을 곧장 준비했다. 마라톤 출발 전 마신 냉수 한잔이 격려였다면, 평화는 참가자의 희망이자, 종참적이었다. 때론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지만, 모든 팀원은 체력과 상황에 따라 평화의 박자마저 맞추며 종점에 이르렀다.

 

팀원들의 도움으로 완주한 장애인 연주호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수영과자전거, 마라톤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철인삼종경기가 주는 육체적 고통을 통해 평화를 더욱 공감하는 시간이 됐다"며, "주님 주신 평화가 이 땅 곳곳에 가득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한 크리스찬들의 노력과 관심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시리아 출신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압둘와합(35세) 씨가 함께 해 시리아의 상황을 소개하며 모든 참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압둘와합 씨는 "시리아 난민지원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많은 손길과 땀 흘림, 평화를 위한 철인삼종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평화의 희망을 다시 한번 가질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인들의 땀 흘림의 수고, 평화를 위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 주신 사랑의 마음을 갚을 수 있도록, 시리아 뿐만 아니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개척자들은 내년에도 평화 철인삼종경기를 계획했다.

 

 

 2018년 7월 6일로 이미 날짜도 확정됐다. 체력과 마음의 준비만 된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굳이 평화를 위해서라면 철인삼종경기가 아니라도 좋다. 평화를 실현할 방법과 노력은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마음속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http://www.pckworld.com/news/articleView.html?idxno=74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