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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순례

2017 평화와 화해의 순례를 다녀와서-민주님

2017 평화와 화해의 순례를 다녀와서



어머니가 친구 분께 소개를 받아 기청아 (기독청년아카데미) 에 대해 알게 되었고, 

친구랑 여행을 가고 싶었던 찰나에 친구와 함께 "제주순례"에 참석하게 되었다. 

마침 직장에서의 일정이 금요일 점심에 끝나게 되어 가뿐한 마음으로 제주도로 향하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 늦게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평화와 화해의 제주 순례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 수 없었다. 



1. 떼제 예배

 

일반적인 장로교회에서 자란 나는 성당에서 머무는 것도, 수사님도, 떼제 예배와 찬양도.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2박 3일 동안 그 장소와 시간들에 녹아들어 거부감이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걸으면서 떼제 찬양을 혼자 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감이 나의 모든 경계심을 무너뜨린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형식에 익숙해져 의미를 잊고 있었는지. 

얼마든지 다양한 형식으로 예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눈을 뜨게 된 시간이었다. 


특별히 떼제 예배는 순례기간 동안 많은 인상을 심겨주었다.

느리고 반복되는 찬양이 짧은 가사였지만 그 의미를 계속해서 묵상하게 해주었으며, 침묵의 시간은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평화와 화해라는 이름 아래 종교도 국적도 나이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가 된다는 것이 놀라웠고 기뻤다. 

우리의 하나 됨이 또한 예수님 안에서, 그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것임이 감사했다. 








2. 제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



나에게 제주도는 최근 들어 관광지로 유명해진, 살기 좋다고 인기가 많아진 우리나라의 큰 섬 정도에 지나지 않은 곳이었다.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제주 4.3 사건도 처음 들어봤는데 

마을 대학살을 피해 굴에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큰넓궤 굴 체험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엎드려 기어가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폭의 구간은 상상 초월이었다. 


굴 안쪽 넓은 공간에서 촛불을 키고 드린 예배와 함께 부른 떼제 찬양은 

70여 년 전 그 굴 안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고 함께 눈물 흘리셨을 예수님. 

그리고 어둠 가운데 빛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예배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강정마을을 방문하며 문정현 신부님과 김동원 평화활동가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분들은 십여 년 전부터 강정에 오셔 해군기지 설립을 반대하는 싸움을 계속 하셨고 그러는 중에 감옥에도 몇 번 다녀오셨다.

강정을 사랑하는 마음. 불의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마음이 그분들을 그곳까지 이끄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보기엔 강정을 위해 싸우시는 분들 중 한분이실 수 있지만, 그 분들에겐 자신의 삶 자체를 던지신 것임을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으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라기 보다 이웃을 향한 사랑과 긍휼의 마음이 더 앞서기를 부족하지만 바라게 되었다


이번 순례를 통해 제주도는 동아시아 전쟁의 전략지로 사용되고, 4.3 사건이 일어났던 곳. 

최근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계속해서 아픔을 겪고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고,

아름다운 자연에 제주의 눈물이 감춰져 있었음을 발견하고 온 시간이었다. 


부끄럽지만.. 알지 못함으로 인해 눈물에 공감하고 행동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부지런히 배워야겠음을 다짐하게 되었다.



우리의 순례를 통해 평화와 화해의 빛이 꺼지지 않고 어두운 동굴에서 함께 밝힌 촛불처럼 그 빛이 어두움을 몰아내기를 소망하며, 

평화와 화해가 필요한 곳에. 그 눈물에 함께하며 관심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너무나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이러한 귀한 모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