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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청아 소개 및 소식

[복음과상황]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동체’, 기독청년아카데미

공부하고 실천하는 ‘공동체’, 기독청년아카데미
[308호 커버스토리]
[308호] 2016년 06월 27일 (월) 13:07:16정인곤 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국장  goscon@goscon.co.kr
  
▲ ⓒ기독청년아카데미

EBS 3부작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공부의 배신>이 방영되었지요. 못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한국사회 교육현장의 민낯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1부에서는 지방 소도시에 사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입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명문대학’을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부나 노력이 아니라 부모의 넉넉한 경제 수준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대학에서 여전히 문제시되는 고등학교 출신 문제를 다룹니다. ‘사배자충’ ‘지균충’ ‘기균충’ 같은 표현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이는 수시 입학한 일반고 출신을 비하하는 말이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3부에서는 대학 졸업 전후의 삶을 다뤘습니다. ‘흙수저’ 물고 태어나 대학을 다니고 있는 청년들의 실상을 영상으로 그대로 내보냅니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과 월세 등을 감당하기 위해 공부와 알바 두세 개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뭐 하나 확실하게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큐프라임-공부의 배신> 방영 이후 다소 과장된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고, 방송 의도에 맞추려고 자신의 발언을 악마적으로 편집했다는 항의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부정할 수 없는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입니다. 학생들의 생명력을 죽이는 지나친 경쟁, 1등만 살아남는 교육시스템, 학벌을 통해 재생산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등 문제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육 상품을 팔아 장사하고 교육을 통해 특권을 유지하려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이 본령을 잃어버렸습니다.

공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양식
고(故) 신영복 선생님의 마지막 책 《담론》에서는 ‘공부’를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 양식이라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공부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관건은 어떤 공부를 하느냐일 겁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변화와 창조를 위한 공부를 강조하면서 변방성을 이야기합니다. 중심부가 기존의 가치를 향해 경쟁하기만 한다면 변방은 새로운 변화, 새로운 가치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변방은 중심부로 향하고 중심의 가치에 종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신영복 선생님은 중심부에 콤플렉스가 없는 공간으로서의 변방, 변방성의 변방에서 진정한 변화와 창조가 시작된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중심을 향해 쓸려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변방성을 사유하고 시도할 수 있을까요? 

기독청년아카데미는 2004년 9월에 문을 열었는데, 그 시작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주화운동의 역사로 볼 때 90년대 초중반은 몹시 혼란스러운 때였습니다. 독재에 맞서 싸우던 야당의 지도자가 갑자기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당선되었으니까요.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내걸고 여러 운동들이 시작되던 때이기도 합니다. 1991년, 대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새날학당’을 열어 창조적으로 사유하고 일관되며 투철한 삶을 살아온 선생님들을 강사로 모셨습니다. 전공이나 학과에 매이지 않고 신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공부하고 여러 현장을 찾아다녔습니다. 사회변혁과 교회개혁을 목적으로 하나님 나라 운동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대학생들의 패기로 시작된 교육 운동의 10여 년 성과로 남은 것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해버린다는 진실이었습니다. 2004년에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주축이 되고 교회개혁실천연대와 뉴스앤조이가 힘을 보태어 기독청년아카데미가 되었습니다. 하나님 나라와 공동체 그리고 생활영성을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국가나 기업, 큰 교회의 후원이 아닌 기독청년아카데미운동을 응원하는 분들의 소액 후원으로 자립하고자 했고, 이름만 걸쳐 놓는 이사가 아닌 함께 공부하며 매달 후원하는 대학생, 직장인들 중심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렸습니다. 다양하게 연대 기획 강좌를 열어 기독운동 단체나 시민사회운동 단체가 청년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학기마다 10개 이상의 강좌를 열었고 매년 1,000명 이상의 청년대학생들이 함께 공부했습니다.

저는 2004년 9월 1회 아카데미 때부터 기청아 강의를 들었습니다. <복음과상황>에 실린 광고를 보고 찾아갔습니다. 공부가 고팠던 때, 한국 근현대사와 근대철학의 문제설정 강좌를 신청해놓고서 괜히 긴장하기도 했었지요. 종로5가 골목을 헤매면서 겨우 찾아갔었는데,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고 평소 고민하던 점들을 짚으며 강의해주었습니다. 지적인 충격도 있었고 진지한 공부 태도가 인상적이었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이 커서 잠을 못 이루고 공부의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선교단체 학생 리더로 활동해온 터라 그룹성경공부나 기독교세계관 등은 익숙했지만 한국근현대사, 서양근현대 철학, 신구약성서의 맥을 다루는 강좌는 처음 접하는 공부였습니다. 새롭게 신앙생활을 해간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기본을 쌓는 공부를 했고 성속이원론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관점을 조금씩 체화해 갈 수 있었습니다.

공부한 대로, 고백한 대로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공동체 생활도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기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한국사회나 한국교회가 어떤 한계 앞에서 좌절해왔는지 명확히 알게 된 것이 큰 성과였습니다. 그들은 공부한 대로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으면서도 떳떳해 하고,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일관성이 없으면서도 자기 합리화에 치밀합니다. 그래서 정작 개혁적인 존재가 나타나면 배제하고 억압하는 현실입니다. 예수님이 다시 오신다 해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당할 상황인 거지요. 

중심에 대한 콤플렉스 없는 ‘변방성’을 꿈꾸며
2008년 가을부터는 기독청년아카데미 사무국 간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강좌 기획과 홍보, 연대활동 등을 하면서 20대 청년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한 명 한 명을 두고 보면 탁월한 재능과 진지한 태도가 있지만, 대학 졸업을 전후로 매가리 없이 사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졸업을 앞두고서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취업전쟁’ 앞에서 자신들의 은사와 소명을 발견하는 것을 이상을 좇는 생각, 배부른 소리쯤으로 여깁니다. 돈 많이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서도 결국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 조건을 따라갑니다. 관계와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했으면서도 개인만을 고려한 선택을 합니다. 어떤 흐름에 휩쓸려가는 20대 청년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공부라는 게 단순히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지배적인 문화나 가치에 맞서는 힘을 기르는 과정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중심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변방, 변화와 창조를 일구어가는 변방성을 고민하게 된 이유입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8년차 활동가로 지내면서 여러 주제로 여러 선생님들과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는 신구약성서의 맥, 창조적 사상운동에 대한 신학적 성찰(유영모·함석헌·이현필·대천덕·김용기 등), 민중신학 비판적 성찰과 창조적 재해석 등 성서마당 강좌를 열었습니다. 또한 한국교회사, 종교개혁과 세계교회사, 현대 북한의 이해 등 역사마당 강좌와 기독교세계관, 기독운동론, 현대철학 세미나, 사건의 철학과 과정철학, 동학/기학/동의보감 등 창조적 사상운동 연구 등 철학마당 강좌를 열어왔습니다. 성서/역사/철학 마당 강좌를 통해서는 근원적인 통찰과 영감에 집중하면서도 창조적 해석과 실천을 중요시합니다. 단식/생채식 수련과 임신출산육아 강좌도 열었습니다. 시대우상이 우리들 삶에 틈타는 방식이 식의주락(食衣宙樂)과 같은 일상적 생활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생명평화마당으로 사회선교학교와 농생활, 역사통일탐방, 생명평화순례을 진행해왔는데, 성령 사건으로 새로운 흐름과 가능성이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에 잉태되는 걸 몸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10여 년의 기독청년아카데미운동을 밑거름 삼아 한 걸음 내디뎌야 할 때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동안 기독청년아카데미를 통해 말해 온 것에 책임 있는 행동이 따라야겠지요.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새롭게 일구어 갈 일들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큽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와 공동체지도력훈련원 공동기획으로 ‘공동체 한마당 연수회’를 2013년부터 열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공동체운동을 해오고 있는 분들이 교류하는 시간이면서 국가주의와 성직자주의로 왜곡되고 은폐되어 온 공동체운동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한국교회사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10여 곳 이상의 공동체들과 200~300명 청년이 참여합니다. 올해에는 ‘근원으로 돌아가자,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공동체 삶’을 주제로 장로회신학대학교 주기철기념관에서 7월 4~6일에 열립니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 아시죠? 함께 대안을 일구어갈 신앙의 동지들과 참여한다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공부-실천 공동체’로서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는 20~30대 청년들이 힘든 현실에서도 철저한 제자도로, 기독교세계관을 통해 기독교신앙을 해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매해 1,000여 명이 공부했으니 10,000여 명이 넘은 청년대학생들이 기독청년아카데미를 통해 함께 공부한 셈입니다. 지금 이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는 특히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대학 때 제자훈련을 받았으나 졸업 이후 시대우상의 힘에 무력하게 휩쓸려가는 이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세계관 학교, 졸업예비학교 강좌를 계속 보완해가고 있습니다. 법조계나 언론, 교육, 의료 등 전문인 영역에서의 성과와 한계를 소개해왔습니다. 하나님 나라 운동의 방법론으로서 공동체운동을 강조했습니다. 현대도시문명, 금융자본주의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러 오세요!  
 

■ 기독청년아카데미 제48회 여름학기 강좌
   2016년 7월 1일(금)부터 “복음서의 맥과 삶”(최철호)을 비롯하여 총 6개 강좌를 개강하며, 7월 4일부터 6일까지는 “한국공동체교회 한마당”(cafe.daum.net/welife111)이 열립니다.

■ 기독청년아카데미(기청아)
   강의실: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10길 20 그레이스빌딩 5층(동숭동 1-104)
   연락처: 02-764-4116, 010-3277-8169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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